매출 20% 뛰는 동안 탄소 집약도는 6% 낮췄다: 아부다비 항만그룹이 증명한 항만 탈탄소 방정식
AD 포츠 그룹이 2025년 매출을 20% 늘리면서도 탄소 집약도를 6% 줄인 비결과 6억 3,600만 달러 규모의 탈탄소 인프라 투자 로드맵을 분석합니다.
발행일: 2026.10.21
외형 성장 20%와 탄소 집약도 6% 감축: 아부다비 항만그룹이 던진 항만 탈탄소 방정식
물동량이 늘어나고 배가 더 자주 드나들수록 항만과 배후 물류단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은 늘어나는 것이 해운업계의 오랜 상식이었다. 장사가 잘되면 탄소 배출도 비례해서 치솟는 구조였다. 그러나 중동 물류의 핵심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항만그룹(AD Ports Group)이 최근 내놓은 2025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이 같은 공식을 깨뜨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아부다비 항만그룹은 2025년 한 해 동안 글로벌 거점 확장을 거듭하며 연간 매출을 전년 대비 20% 끌어올려 207억 7,000만 디르함(한화 약 7조 8,000억 원)을 달성했다. 놀라운 점은 사업 규모가 대폭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100만 디르함당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강도(배출 집약도)는 전년 대비 6%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배출 집약도가 낮아졌다는 것은 물건을 하나 실어 나르거나 보관할 때 들어가는 탄소의 양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트럭 선단을 늘려 배송 건수를 20% 늘렸지만, 엔진 효율 개선과 전기차 투입 덕분에 화물 1박스를 나를 때 쓰는 기름값과 배기가스를 6% 아낀 셈이다. 아부다비 항만그룹은 이를 두고 사업의 물리적 성장과 탄소 발생을 분리해 내는 ‘탈동조화(Decoupling)’ 작업이 현장에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해운과 항만 산업은 2030년을 기점으로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의 강력한 환경 규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친환경 연료를 쓰지 않는 선박에는 무거운 탄소세를 물리고, 항만에 정박하는 동안 육상 전력을 쓰지 않고 디젤 발전기를 돌리면 벌금을 부과하는 추세다. 이러한 대외 압박 속에서 아부다비 항만그룹은 태양광 자가 발전 확대, 선박 전동화, 액화천연가스(LNG) 기반의 친환경 연료 공급 체계 구축을 결합해 실제 숫자로 감축 성과를 입증해 보였다.
100만 디르함당 190.68톤: 2024년 대비 2025년 주요 실적과 배출원별 기여도 대조
아부다비 항만그룹이 공개한 실사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성장의 이면에 숨은 배출 총량과 단위당 집약도의 역학 관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사업장 직접 배출(스코프 1)과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스코프 2), 그리고 협력사와 고객사 등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배출(스코프 3)을 모두 합산한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4년 351만 131톤에서 2025년 395만 7,755톤으로 13% 증가했다.
총 배출량이 13% 늘어났음에도 배출 집약도가 6% 떨어진 이유는 매출 증가율(20%)이 배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사업 덩치가 커지는 속도보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투입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 구분 | 2024년 실적 | 2025년 실적 | 전년 대비 변동률 |
|---|---|---|---|
| 연간 총매출 | 약 173억 1,000만 AED | 207억 7,000만 AED | +20% 증가 |
| 총 온실가스 배출량 (스코프 1–3) | 3,510,131 tCO2e | 3,957,755 tCO2e | +13% 증가 |
| 매출액 대비 탄소 집약도 (100만 AED당) | 203.06 tCO2e | 190.68 tCO2e | -6.1% 감축 |
|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량 | 비공개 | 47,960 MWh | 신규 대규모 조달 |
| 폐기물 재활용 및 매립 회피량 | 8,341 톤 | 10,303 톤 | +23.5% 증가 |
| 이 중 일반 폐기물 재활용량 | 8,247 톤 | 10,127 톤 | +22.8% 증가 |
그룹 전체의 배출 비중을 뜯어보면 어디에서 탄소가 가장 많이 나오는지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해상 운송을 담당하는 해운 클러스터가 전체 매출의 51%를 벌어들였고, 배출량에서도 정확히 절반인 50%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항만 하역 운영이 24%, 육상 복합 운송을 포함한 물류 부문이 21%, 산업 자유구역 개발 및 운영이 5%를 기록했다.
AD 포츠 그룹 2025년 사업 부문별 탄소 배출 비중
해운과 항만 하역이 전체 배출의 74%를 차지하는 구조
특히 사업장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을 낮추기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4만 7,960메가와트시(MWh)를 구매한 점이 주효했다. 이는 항만 창고와 냉동·냉장 터미널, 냉방 설비에 들어가는 대규모 전력 소비를 무탄소 전력으로 대체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물류 공급망과 화주가 마주한 탄소 스코프 3 계산서의 현실
이번 아부다비 항만그룹의 발표는 단순한 중동 공기업의 친환경 보고서에 그치지 않는다. 이 항만을 거쳐 중동, 유럽, 아시아로 물건을 보내는 제조 기업과 수출입 화주들의 실무 장부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1) 해상 운송 원가와 벙커링 체계의 재편
화석연료 기반의 기존 벙커C유 대신 LNG나 암모니아, 메탄올 등 저탄소 연료를 쓰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선사들의 운영 원가 체계가 바뀌고 있다. 아부다비 항만그룹은 로로선(PCTC, 자동차 운반선) 운항 합작사인 유나이티드 글로벌 로로(United Global Ro-Ro)에 LNG 추진 선박을 투입하고, 선박 대 선박(STS) 방식의 해상 LNG 벙커링 서비스를 개시했다.
친환경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항만은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초대형 선사들로부터 외면받게 된다. 반대로 친환경 연료 충전 인프라를 갖춘 항만을 이용하는 화주는 탄소 배출 할당량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이 반영된 복합 할증 운임을 감당해야 하는 계산에 직면한다.
2) 화주 기업의 공급망 배출(스코프 3) 실사 압박
글로벌 유통 기업과 완성차 제조사들은 제품 생산 단계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손에 도달할 때까지 발생하는 모든 물류 탄소(스코프 3)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아부다비 항만그룹처럼 항만 단위에서 배출 집약도를 6%씩 낮춰주는 물류 거점을 선택하면, 화주 입장에서는 자체 공장을 뜯어고치지 않고도 공급망 탄소 배출 수치를 장부상에서 덜어낼 수 있다.
앞으로는 운임이 단 몇 달러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형 디젤 장비로 가득 찬 낙후 항만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탄소 배출 집약도가 높은 항만을 거친 화물은 향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무역 장벽에서 추가 세금을 두들겨 맞을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3) 폐기물 순환 처리와 항만 체류 비용의 연동
항만 내에서 발생하는 일반 폐기물의 매립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23% 이상 끌어올린 점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항만 내부에서 쓰레기 처리와 오염물질 배출 통제가 엄격해지면 하역 지연(Lead Time)이 줄어들고 정박료와 체선료 부담이 완화된다.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스마트 항만일수록 선박의 입출항 회전율이 높아져 전체 공급망 리드타임이 단축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6억 3,600만 달러로 구축하는 복합 연료 허브와 경영진 성과급 연동 모델
아부다비 항만그룹이 제시한 장기 탈탄소 계획은 구호에 머물지 않는다. 2025년부터 2050년까지 25년에 걸쳐 총 6억 3,600만 달러(한화 약 8,500억 원)를 현장에 쏟아붓기로 확정했다. 실행할 세부 감축 프로젝트만 139개에 달하며, 이를 통해 2050년까지 누적 290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목표다. 이는 파리협정의 2도 제한 목표와 UAE의 ‘2050 넷제로’ 국가 전략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AD 포츠 그룹의 3대 친환경 인프라 구축 경로
단순 설비 교체를 넘어선 항만 가치사슬 전반의 개편
복합 청정연료 터미널 구축
칼리파 항에 니멕스와 LNG·LPG 벙커링 허브 완공
하역·육상 장비 전동화
크레인 및 부두 이송 장비의 대규모 배터리 전기화
자가 재생에너지 생산
물류창고 지붕 태양광 및 청정 전력망 직결 공급
실질적인 인프라 확충 사례로, 아부다비 항만그룹은 니멕스 터미널(Nimex Terminals)과 손잡고 자사 주력 거점인 칼리파 항구(Khalifa Port)에 LNG 및 액화석유가스(LPG) 터미널 허브를 짓기로 합의했다. 선박이 부두에 닿자마자 저탄소 연료를 바로 주입받고, 필요할 경우 육상 전력망(AMP)에 케이블을 꽂아 엔진을 완전히 끌 수 있는 복합 연료 인프라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내부 장치는 지배구조의 변화다. 아부다비 항만그룹은 고위 임원진의 성과급(인센티브)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률과 직접 연동시켰다. 매출을 수조 원 늘리더라도 탄소 감축 지표를 맞추지 못하면 임원들이 주머니를 채울 수 없도록 규칙을 짠 것이다. 실무 현장에서 친환경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최고 결정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강력한 안전장치를 둔 셈이다.
친환경 항만 전쟁에서 살아남는 해운 물류 생태계의 향방
아부다비 항만그룹의 공격적인 탈탄소 행보는 전 세계 해운 항만 업계에 명확한 신호를 던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심이 깊어 큰 배가 들어올 수 있고 크레인이 많은 항만이 최고였지만, 앞으로 1–2년 안에 시장의 선택 기준은 ‘얼마나 빠르고 깨끗하게 탄소를 털어낼 수 있는 항만인가’로 바뀔 것이다.
항만 운영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
물동량 처리 중심에서 탄소 효율 중심 경쟁으로의 이동
기존 레거시 항만 모델
경쟁력 약화- • 벙커C유 중심 화석연료 공급 고수
- • 물동량 증가 시 온실가스 정비례 폭증
- • 글로벌 화주의 스코프 3 감점 대상 전락
차세대 복합 친환경 항만
시장 주도권 확보- • LNG·메탄올 등 다변화 벙커링 인프라 보유
- • 재생에너지 전력망 직결로 배출 집약도 절감
- • 화주 기업의 탄소국경세 방어 거점으로 기능
기존 레거시 기업이 직면할 마진 압박 시나리오
- 친환경 선박의 기항 기피와 물동량 이탈: LNG와 메탄올 추진선으로 함대를 교체한 대형 선사들은 친환경 벙커링 설비가 없는 구형 항만을 노선에서 제외하기 시작했다. 정박 중에 청정 연료를 채우지 못해 헛걸음해야 하는 항만은 자연스럽게 기항 빈도가 떨어지고, 이는 터미널 하역료 수익 급감으로 이어진다.
- 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세로 인한 비용 전가: 탄소 저감 장비가 없는 노후 항만은 규제 당국이 부과하는 배출 부과금을 고스란히 항만 이용료에 얹어야 한다. 결국 화주와 선사에게 더 비싼 요금을 청구할 수밖에 없어 가격 경쟁력을 급격히 잃게 된다.
변화하는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쥘 승자의 핵심 조건 3가지
- 다중 연료(Multi-fuel) 공급망 조기 완공: 미래 해운 연료의 승자가 LNG가 될지, 메탄올이나 암모니아가 될지 관망만 해서는 안 된다. 칼리파 항구처럼 복합 연료 터미널을 선제 구축해 어떤 친환경 선박이 들어오더라도 즉시 연료를 넣을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 현장 전력화와 재생에너지 자가 발전 체계: 안벽 크레인과 야드 트랙터를 전동화하고, 터미널 지붕마다 태양광 패널을 얹어 필요한 전기를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조달을 병행해 외부 전력망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끊어내는 실행력이 필수적이다.
- 성과 지표와 탄소 감축의 일원화: 현장 운영진과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에 탄소 감축 목표를 공식 편입해야 한다. 아부다비 항만그룹처럼 임원 성과급을 지속가능성 지표와 묶지 않는다면, 탈탄소는 일선 물류 현장에서 언제든 뒷전으로 밀려나는 허울 좋은 구호에 머물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