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누구 탓일까: 3,000명이 지목한 진짜 책임자
핸들 없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3,000명의 설문 데이터와 함께 자율주행 시대 기업이 마주할 법률 및 보험 리스크를 짚어본다.
발행일: 2026.09.28
자율주행차가 사람을 치면 누구 잘못인가: 운전자 면책을 선언한 3,000명의 여론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지 않은 로보택시가 횡단보도를 덮치거나 불법 주차로 도로를 마비시켰다면, 경찰은 누구에게 벌금을 물리고 법원은 누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까? 과거에는 이 질문이 먼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테슬라가 운전대와 페달이 아예 없는 ‘사이버캡(Cybercab)‘을 세상에 다시 내놓고,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가 도심 곳곳에서 수천 건의 교통 위반 고지서를 받아 드는 지금, 이는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Electrek)이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는 이 질문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명확한 숫자로 보여준다. 약 3,000명의 운전자와 테크 업계 독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택시가 사고를 일으켰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를 물은 결과,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사고가 났을 때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앉아 있던 탑승자의 잘못이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3.5%에 불과했다. 100명 중 96명 이상이 인간 탑승자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선언한 셈이다.
사람들은 왜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감싸고돌기 시작했을까? 이전까지 법원은 차를 탄 사람이 주변을 살피고 위급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운전대조차 없는 레벨 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차 앞에서는 이 오래된 논리가 힘을 잃는다. 탑승객은 목적지를 찍고 뒷좌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볼 뿐, 차가 사고를 내려는 찰나에 개입할 물리적 수단 자체가 없다. 결국 대중의 시선은 차를 만든 제조사와 인공지능 두뇌를 코딩한 기술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자율주행 사고 책임의 이동 구조
운전대 없는 자동차가 가져온 책임 소재의 지각변동
운전자 과실 책임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전방 주시 태만이나 조작 미숙으로 사고를 책임짐
물리적 조작 장치 제거
핸들과 페달이 사라져 탑승자가 사고를 피할 개입 수단 원천 박멸
AI 개발사 및 제조사 책임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배상 책임을 전담
89% 대 3.5%: 3,000명 설문으로 확인한 자율주행 사고 책임 배분 데이터
조사에 참여한 대중의 시각은 매우 단호했다. 탑승자 개인의 책임을 주장한 표는 고작 102표에 머물렀다. 반면 설문 참여자의 약 89%는 차를 움직이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 그리고 그 차를 만들어 도로에 내보낸 제조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차량을 소유한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은 법적 상식과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팽팽한 논쟁을 낳았다.
기존 자동차 관리 법령에 따르면 차량의 법적 책임은 원칙적으로 차를 등록한 소유자에게 있다. 친구에게 차를 빌려주었더라도 그 차가 사고를 내면 차주의 보험으로 먼저 처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설문에 참여한 일부 응답자들은 “법을 어길 가능성이 있는 기계를 도로에 내보낸 소유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기존 법체계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의 반론은 더 강력했다. 소유자가 소프트웨어를 제때 업데이트하고 지정된 주행 구역을 지켰다면, 정작 차 안에서 벌어지는 알고리즘의 오류까지 소유자가 예측하고 막아낼 재간은 없다는 논리다. 사용자가 손을 댈 수 없는 ‘블랙박스’ 형태의 인공지능을 사서 썼을 뿐인데, 시스템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까지 차주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 구분 항목 |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 | 레벨 2–3 부분 자율주행 | 레벨 4–5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
|---|---|---|---|
| 운전 주체 | 인간 운전자 | 인간 운전자 + 주행 보조 AI |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
| 사고 시 1차 책임 | 핸들을 잡은 운전자 | 핸들을 잡은 운전자 (개입 태만) | AI 소프트웨어 개발사 및 완성차 제조사 |
| 여론 조사 책임 비중 | 운전자 과실 95% 이상 | 운전자 과실 70–80% 수준 | AI 및 제조사 89%, 탑승자 3.5% |
| 주요 배상 청구 창구 | 개인 자동차 대인·대물 보험 | 개인 보험 처리 후 제조사 구상권 검토 | 제조물 책임 보험 및 기업 전용 배상 책임 |
| 차량 조작 장치 유무 | 핸들, 가속 페달, 브레이크 필수 | 핸들, 페달 필수 (운전대 감지 센서 탑재) | 핸들과 페달이 완전히 사라짐 (사이버캡 등) |
일렉트렉 자율주행 책임 설문 핵심 결과
약 3,000명 참여 데이터 요약
AI 개발사 및 제조사 책임
사고를 일으킨 알고리즘을 만든 기술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
차량 소유자 책임
결함 있는 기계를 도로에 운행하도록 등록한 차주의 몫이라는 응답
탑승자 개인 책임
차를 호출하고 탑승한 사람에게도 주의 의무가 있다는 응답
핸들 없는 로보택시가 기업의 재무제표와 법무팀에 던진 세 가지 폭탄
자율주행 택시와 무인 물류 트럭이 도심에 깔리기 시작하면서, 차량을 직접 운용하는 운송 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경영 환경은 완전히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단순히 운전기사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을 수 있는 법적, 재무적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운전자가 사라지면 사고 배상금은 어디로 청구되는가
기존 택시나 화물 운송 사업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인 책임은 운전대를 잡은 노동자나 운송조합의 자동차 보험이 흡수했다. 기업은 법률상 사용자 배상 책임을 지더라도 보험 한도 내에서 손실을 털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운전자가 사라진 로보택시 환경에서는 사고 피해자가 법인을 상대로 직접 대규모 집단 소송을 제기한다.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무고한 시민이 다쳤다”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순간, 배상금 규모는 수천만 원 단위의 일반 합의금을 훌쩍 뛰어넘어 수백억 원대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로 번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운전기사에게 분산되던 사고 리스크를 본사 재무제표가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구조다.
버그 하나에 전면 운행 정지: 차량 호출 플랫폼의 가동률 리스크
인간 운전자는 개별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한 기사가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냈다고 해서 도시 전체의 택시 5,000대가 동시에 운행을 멈추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율주행 차량은 모든 차가 동일한 코드로 작동한다.
소프트웨어의 맹점으로 인해 특정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지 못하거나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고가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규제 당국은 안전 검증을 이유로 해당 도시나 국가 내 전 차량의 운행 허가를 즉각 취소할 수 있다. 실제로 GM의 자율주행 부문 크루즈(Cruise)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보행자 사고를 낸 직후 주 정부로부터 운행 면허를 박탈당했고, 수천억 원의 고정비가 투입된 수백 대의 차량이 수개월 동안 차고지에 묶였다. 가동률이 0%로 떨어지는 순간 기업의 현금 흐름은 마비된다.
자동차 보험에서 소프트웨어 제조물 책임 보험으로의 판도 변화
지금까지 모빌리티 기업의 보험료는 주행 거리와 운전자의 사고 이력에 따라 책정되었다. 그러나 자율주행 차량이 대세가 되면 개인 자동차 보험 시장은 축소되고, 그 자리를 고가의 기업용 ‘제조물 책임(Product Liability) 보험’이 대체하게 된다.
보험사들은 통계가 쌓이지 않은 인공지능의 사고 확률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알고리즘의 결함을 입증하고 방어하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법률 자문 비용까지 보험료에 산정되므로, 기업이 매달 납부해야 하는 대당 보험료는 기존 영업용 차량보다 2–3배 이상 폭증할 수 있다. 기사를 두지 않아 아낀 인건비의 상당 부분이 보험료와 법무 비용으로 다시 빠져나가는 역설이 발생한다.
테슬라 사이버캡과 웨이모의 엇갈린 전략: 책임 분산을 위한 기술 완충 장치
사고 책임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커지자, 자율주행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방어벽을 세우고 있다. 완벽한 자율주행을 표방하면서도 위험을 분산하려는 테슬라와, 철저한 안전 장치로 법적 시비를 원천 차단하려는 웨이모의 행보는 뚜렷하게 갈린다.
사고 책임 방어 전략: 테슬라 vs 웨이모
비용 절감형 비전 방식과 중복 센서 안전망 방식의 대조
테슬라 (비전 중심 & 네트워크)
소유자 분산 모델- • 카메라 센서만 사용하여 차량 제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춤
- • 개인 차주에게 사이버캡을 판매하여 택시 네트워크에 참여시킴
- • 사고 시 차주와 테슬라 간의 책임 분쟁 소지가 큼
웨이모 (센서 중복 & 직영 플릿)
완전 제조사 책임 모델- • 고가 라이다(LiDAR), 레이더, 카메라를 겹겹이 배치하여 오류 차단
- • 차량을 외부에 팔지 않고 알파벳 본사가 직접 관리 운용
- • 사고 발생 시 기업이 모든 책임을 지고 보험으로 전액 방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최근 사이버캡을 공개하며 3만 달러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차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했다. 고가의 라이다나 정밀 지도를 배제하고 순수 카메라 시각 정보에만 의존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업 구조는 테슬라가 모든 택시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개인이나 운송 사업자에게 차를 팔아 테슬라 네트워크에 올리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 구조에서는 사고가 났을 때 “차량을 관리하지 않은 소유자의 탓인가, 오판을 내린 테슬라 FSD(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의 탓인가”를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하드웨어 판매 수익을 챙기면서 법적 책임을 소유자에게 어느 정도 떠넘길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반면 구글 알파벳의 자회사 웨이모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 차를 한 대도 팔지 않는다. 모든 차량을 본사가 직접 구매하여 개조하고, 직영 플릿(Fleet) 형태로만 택시 서비스를 굴린다. 라이다 센서를 차 지붕과 범퍼 곳곳에 도배하여 원가는 수억 원에 달하지만, 센서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보조 센서가 즉시 작동하도록 이중 삼중의 물리적 안전망을 구축했다. 사고가 나면 핑계를 댈 대상이 없으므로 웨이모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이지만, 대신 사고 확률 자체를 극단적으로 낮춰 규제 기관의 신뢰를 얻는 길을 택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도입 기업을 위한 3단계 법적 방어선
자율주행 기술을 물류 배송, 통근 버스, 영업용 차량에 도입하려는 기업 실무진은 기술의 화려함 뒤에 숨은 법적 리스크를 먼저 걷어내야 한다. 소프트웨어 한 줄의 오류가 기업의 존폐를 흔들지 않도록 실무 현장에서 즉시 가동해야 할 3단계 안전판은 다음과 같다.
기업의 자율주행 리스크 관리 3단계 절차
도입 계약부터 현장 사고 발생까지 빈틈없는 법적 방어망
1단계: 책임 한계 스크리닝
제조사가 제공하는 주행 가능 구역(ODD)과 면책 약관을 정밀 분석
2단계: 구상권 계약 재설계
알고리즘 오작동 시 제조사로부터 배상금을 회수할 법적 장치 마련
3단계: 원격 블랙박스 구축
사고 순간의 센서 및 네트워크 로그를 자체 서버에 실시간 저장
1차 방어선: 즉각적인 법적 및 운영 책임 스크리닝
자율주행 차량을 도입하기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제조사가 명시한 ‘운행 설계 영역(ODD, Operational Design Domain)‘이다. 제조사는 폭우, 안개, 야간 주행, 특정 속도 이상 등 위험한 환경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의 정상 작동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계약서 구석에 숨겨둔다.
운영 부서는 우리 회사의 차량이 달릴 노선과 시간대가 제조사의 보증 범위 안에 완벽히 들어오는지 대조해야 한다. 만약 폭설이 내리는 날 지정 구역을 벗어나 주행하다 사고가 난다면, 제조사는 “사용자가 지침을 어겼다”며 모든 책임을 기업에 돌릴 것이다. 운행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사내 통제 기준을 세우는 것이 방어의 시작이다.
2차 방어선: AI 제조사와의 손해배상 구상권 계약 재설계
기존의 표준 차량 구매 계약서나 렌트 계약서를 그대로 쓰면 낭패를 본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공급사와의 계약서에 반드시 ‘사고 발생 시 100% 손해배상 구상권(Indemnification)’ 조항을 못 박아야 한다.
차가 사고를 내서 피해자에게 우리 회사가 1차 합의금을 지급하더라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공인 기관의 감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판단 오류가 입증될 경우 해당 배상액과 소송 비용 전액을 제조사가 즉시 물어내도록 강제해야 한다. 계약서에 “제조사의 배상 책임 한도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을 넘지 못한다”와 같은 독소 조항이 들어있지 않은지 법무팀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3차 방어선: 데이터 블랙박스 기반의 원인 규명 시스템 구축
사고가 터졌을 때 제조사가 제공하는 데이터에만 의존해서는 절대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다. 제조사는 자사의 알고리즘을 방어하기 위해 “탑승자가 센서를 가렸다”거나 “네트워크 지연이 원인이었다”고 발뺌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기업은 차량 자체 센서와 별개로, 주행 영상과 통신 상태, 차량 제어 명령 기록을 실시간으로 제3의 클라우드 서버에 암호화하여 저장하는 독립 블랙박스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고 당시 인공지능이 보행자를 언제 처음 감지했는지, 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지에 대한 원시 데이터를 회사가 직접 쥐고 있어야만 법정에서 억울한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는다.